■《80일간의 세계 일주》의 탄생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후반은 과학 기술과 산업이 눈부시게 발달한 시기였다. 철도와 증기선은 세계 각국을 연결했고, 특히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가 완성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거리는 절반 가까이로 짧아졌다. 19세기 사람들의 관심사는 바로 지구의 발견, 다른 민족들에 대한 정보, 과학의 역할이었다.
어느 날, 파리의 한 카페에서 잡지를 보던 쥘 베른은 80일이면 세계를 일주할 수 있다는 기사를 발견한다. 그 내용은 오랫동안 베른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작가는 이윽고 자신의 최고 걸작이 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베른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선박 회사들과 철도 회사들이 제공하는 여행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수많은 팸플릿을 보며 연구했다. 작품에 나오는 다양한 모험담들도 여러 여행서와 잡지에 실린 이야기를 조사해서 쓴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이자, 온갖 지리학적 지식으로 가득한 작품 《80일간의 세계 일주》. 지식을 통해 인류가 끝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쥘 베른은 아이들도 그런 지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길 바랐다. 그래서 그들이 지식을 더욱 가깝게 여기고 사랑하길 바랐다. 19세기의 비약적인 과학 발달과 그것에 대한 베른의 낙관적인 믿음이 만나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 시대를 거스른《80일간의 세계 일주》의 놀라운 인기
80일 만에 세계 일주가 가능한지를 두고 내기가 벌어지자, 필리어스 포그는 그 여행이 가능하다는 데 2만 파운드를 건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입증하기 위해 고용한 지 반나절도 안 된 하인 파스파르투를 데리고 곧바로 여행길에 오른다. 포그와 파스파르투가 80일 동안 세계 일주를 하며 겪은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매력적인 주인공과 박진감 넘치는 사건들, 결말의 기막힌 반전으로 1872년 신문 《르 탕》지에 연재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당시 독자들은 포그가 과연 80일 안에 세계 일주를 마칠 수 있을지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작품 속 군중들처럼 실제로 내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설의 폭발적인 인기는 곧 연극 무대로 이어졌다. 연극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프랑스 연극계에서 롱런하며 베른에게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겨 주었다.
이 작품의 인기는 출간된 지 1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식지 않았다.《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수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보드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후세의 유명 작가들도 그의 작품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며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는 쥘 베른을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이자, 지리학자’라고 극찬했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장 콕토는 쥘 베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포그의 여정을 따라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 우리가《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사랑하는 이유
*하나, 매력적인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와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
면도물의 온도까지 정해 놓을 정도로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는 신사 필리어스 포그. 포그의 빈틈없는 성격은 여행길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폭풍우, 열차의 탈선 등 어떤 불가항력적인 어려움을 만나도 포그는 절대로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모두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이 영국 신사는 합리적으로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며 독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겉모습은 냉철하기 그지없는 포그지만, 내면은 정의롭고 따뜻하다. 죽을 위?에 놓인 인도 여인 아우다를 만났을 때나, 파스파르투가 인디언들에게 붙잡혔을 때는 아무 망설임 없이 소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위험에 뛰어든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지닌 필리어스 포그는 그 매력적인 캐릭터로 독자들의 마음을 끝까지 붙들어 놓는다.
또한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선량한 하인 파스파르투, 매혹적인 인도 여인 아우다, 이들을 끝까지 뒤쫓는 집요한 픽스 형사 등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은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힘을 준다.
* 둘,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과 생동감 넘치는 문화 답사기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여행길은 놀라운 일의 연속이다. 코끼리를 타고 인도의 울창한 밀림을 지나고, 절벽 앞에서 기찻길이 끊기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는 등 동서양을 오가며 펼쳐지는 끊임없는 사건들은 독자들을 쉴 새 없이 몰아친다. 과연 이들이 80일 만에 세계 일주를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함께 독자들은 책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든다. 각 나라의 독특한 풍습과 거리의 모습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산 채로 여자를 불태우는 인도의 사티 풍습, 19세기 중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거리의 이발사와 아편 소굴, 당시의 서커스 무대 등 베른의 치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된 세계 각국의 풍경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 셋,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과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2만 파운드를 걸고 선뜻 세계 일주를 떠난 필리어스 포그의 모습은 쳇바퀴 돌 듯 단순한 일상 속에서 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리고 한순간에 험한 길로 빠졌다가,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나를 만나게도 해 주는 여행의 묘미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한다. 쥘 베른은 작품 말미에서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포그가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조금은 무모해 보일지라도 새로운 것으로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가치 있는 도전 정신. 쥘 베른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80일간의 세계 일주》는 가치 있는 생각거리를 던지며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다.